2024년 말, 일본 열도는 또 한 번의 대지진으로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오랜 시간 지진에 대비해온 나라답게 일본은 구조적 방재 시스템, 조기 경보 시스템, 그리고 교육 시스템까지 세계 최고 수준이라 평가받아 왔지만, 자연재해의 힘 앞에서는 어느 정도의 대비도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번 지진은 다시금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지진은 일본 동북부를 중심으로 내륙과 해안 지역 모두를 강하게 흔들었으며, 특히 기존에 이미 대지진의 상흔을 안고 있던 지역들에서는 그 피해가 더욱 극심하게 나타났습니다. 본 글에서는 이번 지진의 개요와 함께,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들—미야기현, 이바라키현, 후쿠시마현—을 중심으로 지역별 피해 양상과 사회적 반응, 향후 과제를 자세히 다루어보겠습니다.
피해 지역 1 - 미야기현: 바다를 마주한 도시의 상처
미야기현은 일본 북동부 도호쿠 지방에 위치한 지역으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 중 하나입니다. 센다이시는 미야기현의 중심 도시이자 경제, 교육, 행정의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는데, 이번 2024년 지진에서도 진앙지와 가까워 강한 진동을 직접적으로 느꼈습니다. 센다이항에서는 진도 7.1 이상의 흔들림이 감지되었으며, 몇몇 구역에서는 지반의 액상화로 인해 도로가 솟아오르거나 갈라지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해안가를 따라 위치한 마을들은 지반 침하로 인해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았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도로가 침수되어 응급 구조대의 접근조차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지진의 특징은 ‘장시간의 진동’이었습니다. 일반적인 강진은 수 초에서 수십 초 동안 강하게 흔들리는 반면, 이번 지진은 일부 지역에서 1분 이상 지속된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이는 건축물의 구조적 강도에도 큰 영향을 미쳤고, 특히 30년 이상 된 건물들은 균열이나 붕괴 등의 피해가 집중되었습니다. 센다이 중심가에서는 일부 중층 건물의 외벽이 떨어져 인근 차량을 덮치는 사고도 발생했으며, 다행히 인명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시민들은 큰 불안을 호소했습니다. 또한 지진 후 24시간 내에 무려 50회가 넘는 여진이 관측되며 시민들의 긴장을 높였습니다. 이로 인해 미야기현 전역의 학교는 임시 휴교령이 내려졌고, 대중교통 역시 일부 구간이 운행을 중단했습니다. JR동일본의 센잔선, 센세키선 등은 선로 점검으로 인해 며칠간 정차되었고, 시민들의 출퇴근에도 큰 혼란이 따랐습니다. 이처럼 미야기현은 물리적인 피해뿐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 혼란까지 겹치며 큰 충격을 받은 지역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피해 지역 2 - 이바라키현: 예상 밖의 충격, 내륙에서 터진 위기
이바라키현은 지진 피해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여겨지던 지역이지만, 이번 지진에서는 의외의 취약성이 드러났습니다. 도쿄에서 북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위치에 있으며, 쓰쿠바시를 중심으로 일본의 첨단 과학 기술 연구 단지들이 밀집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륙 깊숙한 곳에서 진동이 증폭되면서 고지대와 저지대 모두에서 강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는 연구 인프라였습니다. 일본 국립과학박물관 산하의 실험실에서는 고가의 정밀 측정 장비가 충격을 받아 작동 불능 상태에 빠졌고, 일본항공우주연구개발기구(JAXA)의 일부 시험 장비도 파손돼 연구 일정에 차질이 발생했습니다. 이처럼 경제적 가치가 매우 높은 장비와 데이터가 손실되자 일본 정부는 긴급 복구 예산을 투입했으며, 일부 장비는 해외로부터 수입을 통해 대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교통 인프라의 피해도 컸습니다. 특히 지하철과 철도 노선의 정차, 도로 파손은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도로 균열이 심화되며 구조적으로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고, 인근 주민들은 자가용 이동마저 제한을 받아 대피소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이바라키현 남부 지역은 정전이 장시간 이어지면서 휴대폰 충전과 같은 기본적인 통신마저 제한되는 불편을 겪었습니다. 이 지역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방재교육과 대응 체계의 공백이었습니다. 지난 수년간 이바라키현은 상대적으로 지진 피해가 적다는 이유로 지진 대비 훈련 횟수를 줄이고 있었으며, 재난대피소에 비치된 식량 및 물자 역시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향후 내륙 지역에서도 해안가 못지않게 지진 대비가 필요하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고, 지진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전환을 촉진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피해 지역 3 - 후쿠시마현: 재해는 반복된다, 복구의 끝은 없는가
후쿠시마현은 일본에서 ‘지진과 방사능’이라는 두 단어를 동시에 떠오르게 하는 상징적인 지역입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에서의 폭발 사고가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고, 그로부터 수십만 명의 주민이 고향을 떠나야 했습니다. 이후 10년 넘게 이어진 복구 작업과 재건 사업은 점차 결실을 맺는 듯 보였지만, 이번 2024년 지진은 그 회복의 흐름에 다시금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이번 지진의 피해는 직접적인 원전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원전 해체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던 상황에서의 강진은 작업 일정을 차질 없이 유지하기 어려운 조건을 만들었고, 일부 설비 점검 및 정비 일정이 긴급 중단되었습니다. 후쿠시마 제1, 제2 원전 주변 지역은 다시 한 번 안전 점검을 실시해야 했으며, 주민들은 또다시 방사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불안에 떨었습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후쿠시마현 북부 내륙 지역에서는 토사 붕괴가 발생해 고립된 마을이 다수 있었으며, 도로가 끊겨 헬기 구조가 시도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농촌 지역의 고령 인구는 구조대가 도착하기까지 스스로 생존을 이어가야 했고, 이로 인해 지역 간 복구 속도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습니다. 일부 노인들은 "이제는 정말 어디로도 갈 수 없다"며 울먹였고, 지방자치단체는 외부 자원봉사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했습니다. 또한, 후쿠시마는 대지진 피해뿐만 아니라 ‘심리적 트라우마’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오른 지역입니다. 원전 사고 이후 형성된 고향 상실감과 사회적 낙인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또 한 번의 강진은 지역 주민들에게 엄청난 심리적 스트레스를 안겨주었습니다. 이런 이중적 고통은 정부의 정책적 배려와 지역 공동체 회복에 더욱 집중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본 대지진은 단순히 자연재해 그 이상의 의미를 남겼습니다. ‘대비된 사회’라고 알려진 일본조차, 지형과 지역, 인프라의 조건에 따라 피해 양상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미야기처럼 과거의 경험이 있는 지역은 어느 정도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했지만, 이바라키처럼 다소 방심했던 지역은 큰 혼란을 겪었고, 후쿠시마처럼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은 지역은 다시금 그 상처를 헤집는 일이 되었습니다. 지진은 물리적인 피해만을 주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기억과 감정을 건드리고, 공동체와 정책, 사회 시스템의 민낯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번 일본 대지진은 그런 점에서 모두가 다시금 ‘방재’라는 키워드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재난은 지역에 따라 다른 얼굴을 하고 찾아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대비와, 긴급 상황에서도 소외되지 않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